집에서 자른 향나무를 토막낼 겸 문짝에 댈 몰딩을 사러 목재소에 갔다. 며칠 전에 가서는, 목욕탕에 선반으로 쓸 나무를 찾았더니 쓸만한 나무가 한 토막 있다고 해서 그것도 살겸 갔다. 그때는 문을 닫을 시간이라며 나중에 점심 시간에 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나무 토막은 먼지가 시커멓게 묻어서 원래 색깔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였다. 놓기도 목재들이 쌓여있는 곳이 아니라 목수 아저씨들이 손씻고 쉬기도 하는 골방에 모셔놓았다.
나무토막은 두 덩이였는데, 둘 다 길이가 달랐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달라고 했더니, 내가 목욕탕에 쓸 선반크기를 정한 후 길이를 지정해주면 그렇게 잘라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무토막을 버려두고 나오려는데, 골방 문 옆에 자개거울이 걸려 있었다.
오래된 자개 거울 - 1미터 정도 되는 긴 거울에 7센치 정도 너비로 검은 테를 둘러 그 위에 꽃과 바위, 새와 나비를 자개로 붙였다. 아래쪽에는 먼지가 더께로 앉았고, 오른쪽의 꽃무늬에는 꽃잎 두 장이 떨어져 나가고 군데 군데 나무가 보일 정도로 칠이 벗겨졌지만 그 속에서 곱디고운 첫모습을 그려낼 수 있었다. 아, 어쩜 저리도 예쁠까! 마음이 설렜다.
"이 거울 무척 아끼시는 거지요?" 했더니 목수아저씨는 "우리 할머니가 쓰시던 거"라고 했다.
"참 예쁘네요. 혹시 이런 거는 파실 생각 없으세요?"라고 했다. 미리 말해두자면 난 흥정 같은 것은 아예 못하는 사람이다. 그냥 지나가는듯이 버릴 거냐고 묻고 업어오는 짓은 못한다. 사야할 물건을 놓고 내 입으로 이쁘다, 이쁘다를 수없이 연발하는 사람이다.
"그럼 금액 내고 가져가든지" 아저씨가 말했다.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벌써 아저씨가 서둘러 거울을 뺐다. 못 머리가 커서 잘 나오지 않으니까 뺀치를 가져오더니 못 머리를 잘라버리고는 내주었다. 아저씨야말로 이걸 팔지 못하면 큰일 날 듯이 서둘고 있으니 이 분도 흥정에는 나 이상으로 서툰 사람이 틀림없다. 나는 거울이 생겼다는 것만 좋아서 가격도 흥정하기 전에 거울을 내 차에다 실었다. 오만원쯤 드린다고 할까? 삼만원? 속으로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몰딩도 사고, 향나무도 토막냈다. 나무 토막내는 것은 1만원이고, 몰딩은 1천200원이었다. 거울값을 합쳐서 얼마냐니까 아저씨가 좀 생각하더니 다 합쳐서 3만원을 불렀다. 거울을 2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파는 것이었다.
"아이고, 그렇게 귀한 물건을 그것만 받아도 돼요?"
"그러시면 아저씨(여든살이 넘은 목수 아저씨가 또 계시다) 막걸리 값이라도 더 주시든지"
그래서 3만5천원을 드렸다.
나중에 시어머니한테 멋진 거울을 구했다고 자랑했더니 물론 그 분의 말씀은 이랬다. "물건 값 더 주고 사는 사람은 너 밖에 없을 거다."
아니다. 보자기수집가인 허동화 선생님은 늘 부르는 값보다 더 쳐주셨다 한다. 그래야 또 좋은 물건이 생기면 그 분들이 말을 해준다고 했다. 그 뿐 아니라 그렇게 해야 그 분들한테 미안하지 않다고 했다. 나는 가르침을 따르는 것 뿐이다. 게다가 그 거울이 얼마나 예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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