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계방산'에 해당하는 글 1건

지난 주 화요일 생명의 숲 교육문화위원회 간사들과 함께 강원동 평창과 홍천의 경계선에 있는 계방산에 갔다. 산 중턱까지 도로가 나있어서 가볍게 산보하듯 정상에 올랐다 올 수 있는 산이었다.

 

이달 말에 예정된 생명의 숲 기행 예정지를 사전답사한 것인데, 물론 강사인 차윤정박사가 동행했다. '신갈나무 투쟁기' '나무의 죽음'과 같은, 나무와 숲에 관한 새로운 글쓰기로 한창 뜨고 있는 생태전문가이다. 나무에 관한 저술가로는 이유미씨가 역시 유명한데, 이씨가 조근조근한 말투라면 차씨는 활달하고 시원시원한 맛이 좋다.

 

차윤정씨는 사람도 키가 크고, 말하는 것도 통찰력이 있고 재미있다.   

 

차박사가 한, 조릿대 이야기나 여러가지 나무 이야기는 그날 기행에 참가하여 듣기를 바라는 뜻에서 여기서 공개하지 않고, 이번 산행에서 깨달은 것 한 가지만 말하고 싶다.

 

올해 계방산 나무들은 너무 열매를 맺지 못했다고 한다. 나무에 대해, 숲에 대해 잘 모르는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고 차박사 말에 따르면 그렇다.

 

그러면서 차박사가 툭 던진 말, "새들은 무얼 먹고 사나" 였다. 이렇게 나무 열매가 없으면 새들이 먹을 것이 없다는 걱정이었다.

 

나무를 보면 열매가 없는 것을 알고, 열매가 없으면 곧바로 그 열매를 먹고 살 새들에까지 걱정이 미치는 것이 바로 숲생태학자의 사고였다.

 

그러고보니 계방산을 세 시간 가량 헤매고 다니면서 새소리를 거의 듣지 못했다. 

 

내가 몰랐던 부분으로 확장되는 숲생태학자의 사고에 감탄해서 나는 지난 일주일 내내 '계방산 새들은 올 가을, 무얼 먹고 사나'를 곰씹으며 지냈다.

 

그러다가 이 글을 쓰면서 퍼뜩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새들은 날개가 있다.

계방산 새들은 계방산 새들이 아니다. 그들은 열매를 찾아 어디든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다.

계방산 나무들이 열매를 맺지 못해서 아쉬운 것은 계방산 나무들 뿐이다.

 

기실 생각해보면 차박사가 말한 것은 이런 투였다. "이렇게 열매가 없으면 새들이 먹을 게 없는데...이러면 새들은 무얼 먹고 사나..."였는데 나혼자 계방산을 범주로만 정해놓고 혼자서 근사한 화두를 발견했다며 전혀 현실감 없는 사색의 탑을 쌓아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한반도 전체에 나무 열매가 거의 달리지 않았다면 새들에게 고난의 행군이겠지만,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한번들 동네 뒷산에라도 올라서 나무 열매를 관찰해보시기 바란다. 그래서 전국이 흉년이라면 그 때는 좁쌀이라도 한번 뿌려주시든지...

 

새들은 자유롭게 옮겨갈 수가 있다. 계방산이 가물면 계방산의 새들에게 고난이 닥친다고 여겼던 것은 내가 한 직장에서만 25년을 살면서 나도 모르게 나는 법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려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