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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제시카 파커가 나오는 '섹스 앤 더 시티'라는 미국 드라마는 솔직한 성담론과는 별개로 최첨단의 멋진 옷과 구두를 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섹스칼럼니스트 켈리로 나오는 파커는 좀 긴 얼굴에 미국인 치고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빼어난 패션감각 덕분에 이 드라마를 통해 누구나 선망하는, 따라 하고 싶어하는 인기 배우가 됐다. 그가 걸치고 나오는 옷과 구두는 이제 파리 밀라노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패션도시가 된 뉴욕에서도 최고의 명품들이다.

 

그가 애용하는 구두는 마놀로 블라닉과 지미 추 같은 것들인데 한결같이 뾰족한 굽을 한 하이힐이다. 굽 높이는 10센티는 되어보인다. 구두를 신으면 거의 앞발가락에만 힘이 들어가 발레리나가 토우에 의지해서 선 것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정도이다.

 

보통 사람 같으면 무대에서나 잠깐 신어도 발이 아플 그 신발을 신고 노상 뉴욕시를 쏘다니는 켈리의 운동신경도 놀라운 것이지만 그 하이힐을 받아주는 보도블록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더 신기하다.

 

나는 작년 겨울에야 생전 처음으로 1제곱센티미터의 날렵한 굽을 가진 뾰족구두를 신기 시작했는데, 이게 대한민국 서울의 보도블록 사정 때문에 한 달에 한번이면 굽을 갈아줘야 할 지경이 되었다.

 

보도블록 공사가 허술해서 틈이 벌어진 곳이 많다보니 하루가 멀다 하고 굽이 그곳에 낀다. 걷다가 구두가 먹혀서 발만 빠져나온 적도 부지기수이다. 뒷걸음쳐서 구두 굽을 빼내보면 어김없이 가죽까지 까여 있다. 우리 동네 아파트의 보도블록은 말할 것도 없고, 명동의 보도블록 사정도 비슷하다. 그래서 요즘은 회사에 구두를 가져다놓고 실내에서만 신을 때가 많다. 거리를 걸을 때는 단화를 신는다.

 

패션잡지에 소개된 파리나 로마의 멋쟁이들을 보면 하이힐을 신지는 않는다. 단화를 주로 신는다. 혹시 이것 역시 구시가지의 오래된 보도블록에 틈이 많아서는 아닐까?

 

반면 '섹스 앤 더 시티'의 여주인공은 넷 중 둘이 하이힐 신봉자들이다. 만일 이 드라마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면 주인공들이 아찔한 패션감각을 뽐내도록 허용해준 뉴욕시의 보도블록 사정이야말로 가장 경이롭고 박수받아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