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게티를 삶아준 그 신부님 이야기다.

 

이 신부님은 서울에 온 지 20년쯤 빈민사목을 했다. 올해는 그걸 벗어나 선교회 재정을 보고 계시다. 현장을 떠나 있으니 여가시간이 좀 생겨서 새로 지은 피정의 집 앞뜰을 꾸미는 일에 나섰다고 한다. 

 

지난번 갔을 때 보니 튤립과 몇 가지 꽃을 심어놓고 대나무와 바위, 벤치도 장식해놓았는데, 그걸 설명하는 걸 듣자니 이렇다.

 

"저건 유치원 앞에 버려져서 줏어왔고요."

"저건 아파트 단지에 버렸길래 줏어왔고요."

"저건 꽃집에서 버리는 것이라서 줏어왔고요."

 

대부분이 동네에서 버리는 걸 줏어다 놓는 모양이었다. 마침 가던 날에는 시들시들한 개나리가 여러 줄 꼽혀있었는데, 그것도 버려져있길래 가져다 심으면 날까 싶어 가져다 꽂았다 한다.

 

나는 신부님을 응원하고 싶어서 "신부님, 이렇게 하면 살아요. 잘 하셨어요."했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집에 개나리도 아랫집에서 꺾어온 것을 땅에 꽂기만 했는데 살아서 마구 퍼져나갔으니까.

 

신부님한테 꽃이라도 사드리고 싶은 마음인데 좋은 기회가 생겼다. 은퇴하신 신문사 선배 한 분이 경기도 남양주의 전원주택에서 살고 계신데, 우연히 우리집에 와보더니 꽃을 주겠다고 하셨다. 헌데 그 분이 주신다는 꽃이 디기탈리스나 무스카리처럼 화려한 서양꽃들이다. 물론 딸기와 여러가지 채소 모종도 준다고 하셨다.

 

나는 꽃으로는 모란이나 작약 구절초 같은 꽃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선배가 보내온 메일 사진을 보는 순간 신부님이 떠올랐다. 신부님을 모시고 가서 예쁜 정원도 보게 하고 꽃도 좀 얻어드리자 싶었다. 나는 채소 모종을 얻어오면 되니까.

 

그래서 그날 스파게티를 먹으러 간 중신아지매한테 전화해서 신부님한테 연락을 해보게 했다. 신부님도 함께 가겠다고 했다기에 서울서 만나는 약속을 정하려고 전화를 드렸다.

 

약속을 다 정하고 나서 신부님이 이러신다.

 

"그런데요. 제가 정원을 보는 것은 좋은데, 꽃은 많이 못 사요. 돈이 조금밖에 없어요."

 

엥? 신부님은 어디 무슨 허브 농원 같은 데서 구경을 시켜드리고 화분을 사게 하는 삐끼로 착각했던 모양이다. 그럼, 안 간다고 할 일이지, 그래도 간다고 한 마음은 뭔지....착하기도 하셔라.

 

내가 웃으면서 "신부님, 돈 받는 데면 신부님 안 모시고 가지요. 공짜로 주는 거예요."했더니 신부님의 목소리가 확 달라진다. 나같으면 공짜란다고 반색하긴 뭐해서 표를 안낼 것 같은데, 가라앉았던 신부님의 목소리가 통통 튄다. "하하, 그래요? 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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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넘 귀여버 | 2008/05/09 17:40 | DEL | REPLY

신부님 너무 귀여우셔요..어떤 분이신지 정말 뵙고싶네요..저도 세례인인데 성당안간지 오래전..ㅎㅎ /그 신부님이 계신곳에 가고싶네요..여긴 머나먼 미국..이뿐 꽃 여러송이 들고 순진한 신부님 찾아 갈까용?
서화숙 | 2008/05/09 20:31 | DEL | REPLY

한국에 나오시면 꽃 사들고 오세요. 그런데 신부님이 원하는 것은 송이로 셀 수 있는 절화(꺾인 꽃)가 아니라 뿌리가 있는 꽃나무나 풀인 것은 아시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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